‘보톡스 소송 전쟁' 메디톡스가 얻는 것, 그리고 잃는 것

입력 2023-02-02 10:53   수정 2023-02-03 10:17

이 기사는 02월 02일 10: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디톡스가 동시다발적인 법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톡신(보톡스)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와 막바지로 접어든 공판 3건에 이어 최근엔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국제소송이 제기, 기나긴 싸움을 다시 한번 예고했다.
산재해 있는 소송들
대웅제약과 벌이고 있는 민사소송 법원 1심 판결이 10일 나온다. 2017년 10월 메디톡스 제소 이후 6년 만의 선고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501억원이다. 앞서 미국 파트너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2020년 행정소송을 제기,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받았다. 다만 메디톡스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받지 못했다. 같은 취지로 제기한 국내 형사 소송에서도 검찰은 작년 2월 대웅제약 무혐의로 결론냈다.

국내외 보툴리눔 톡신 관련 균주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중차대한 판결이다. 메디톡스는 작년 3월 휴젤을 상대로도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을 의심, 미국에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ITC가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만큼 비슷한 결과가 예상된다. 예비판결은 올해 11월, 최종 판결은 내년 3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출하승인 위반 품목 취소 건에 대한 본안 소송 1심 공판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2020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에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 업계 최초로 관련 품목 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해외로 관련 자료를 반출 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공판은 경쟁사인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에도 촉각을 다툴 이슈다. 각각 보틀렉스주와 리엔톡스주 역시 국가출하승인 위반으로 품목 취소 행정처분을 받고 식약처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상태다.

최근엔 중국 사업 파트너사 블루미지 바이오테크놀로지 자회사 젠틱스로부터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손배소도 제기됐다. 젠틱스는 손배소와 함께 양사 50대50 합작법인 메디블룸차이나 계약조항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권을 주장하는 청구를 냈다.

메디톡스는 2015년 블루미지 젠틱스와 손잡으면서 보툴리눔 제제의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2018년 2월 중국 국가약품관리국(NMPA)에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허가를 신청, 국내 업체 중 가장 빨리 중국에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파트너사의 계약 해지 의사로 중국 진출은 불투명해졌다.

블루미지가 계약 해지 사유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메디톡스의 제조 및 생산시스템 의혹 사태 보도가 중국 언론에도 공개된 이후부터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ITC 행정명령으로 불거진 대웅제약과의 균주 논란에 이어 JTBC의 오염된 톡신 유통논란, KBS의 미검증된 톡신 유통논란 등이 잇따라 보도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식약처 행정조치도 뒤따르면서 생산공정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하락, 중국 관계부처 역시 시선이 엄격해졌다.
허송세월 시간 끝내고 불확실성 해소
대표적인 '보톡스 분쟁' 대웅제약과의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승소 시 여러 바이오 기업에 문제를 제기한 자사 균주 무단 도용에 대한 분쟁이 힘을 얻게 된다. 올해도 휴젤을 상대로 자사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주장하며 ITC에 제소한 상태다. 전세계 61개국에 품목허가를 획득, 작년 누적 수출액 1000억원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나보타도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500억원의 손해배상금과 명예 회복 역시 긍정적 요소다.

해당 판결은 앞서 두 차례나 연기됐다. 바이오 업계에 끼칠 영향이 큰 만큼 양사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길 바라는 재판부 기대가 반영됐지만 소송이 산재해 있어 확실한 트로피를 일단 얻어야 하는 메디톡스로선 합의 결정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메디톡스가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불확실성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에워쌓던 각종 소송 리스크가 이번 1심 결론, 주요 소송의 공판 변론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제중재는 장기전이지만 메디톡스로선 모험을 걸어볼만하기도 하다. 현재 중국 시장은 2019년 9월 감독당국으로부터 허가 심사를 받은 지 2개월 만에 심사대기로 되돌아간 상태다. 기별 없는 기다림 속 파트너사와의 국제중재로 실타래를 풀어볼 수 있다. 승소 시 생산공정 안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함께 다른 파트너사 물색 기회가 될 수 있다. 연말을 계기로 소송 리스크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메디톡스 역시 소송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판 필요한 중국 진출, 치고나가는 경쟁사들
사법 대응에 소모할 에너지와 비용, 다시 새판 짜야 하는 중국 진출 전략, 치고나가는 경쟁사 대응전략 등 과제가 산적하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역시 불투명해진 중국 진출이다. 중국 톡신 시장은 한국의 5배로 미허가 톡신제품이 팔리는 블랙마켓까지 고려하면 8배 이상에 이르는 곳이다. 증권가에서도 과거 약 1조원의 가치로 평가되던 앨러간의 미국 파이프라인보다도 값질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보톡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 가격이 평균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지만 중국은 50만원을 육박한다. 중국은 미국 앨러간과 중국 란저우·블루미지가 양분하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2위 업체 블루미지와 손을 잡아 시장에 빠른 침투를 기대, 경쟁사보다 빠르게 5년 전 합작법인도 세웠지만 성과 한번 내보지 못한 채 소송을 맞았다.

계약을 원만히 해지하길 바랐지만 소송이 걸려있는 한 중국 내 다른 기업과 다시 손을 잡기도 쉽지 않다. 통상 2년여가 소요되는 국제중재 성격상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큰 악재다.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은 피해가는 것이 현명하단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진출이 어려워질 경우 회사를 흔들 만큼의 영향이 있을 것이란 평가다. 메디톡스는 매출의 70% 가량을 수출에서 거둔다.

소송 비용과 손해배상금도 문제다. 대웅제약과의 재판에서 패소 시 소송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대웅제약이 지금까지 진행한 재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서다. 재판에 힘을 들이느라 시장 개척과 마케팅에 쏟을 에너지도 분산되고 있다. 휴젤, 대웅제약, 종근당, 휴온스 등 경쟁사들은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가 사법 리스크에 휘둘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앞서가고 있다. 1위 자리를 다퉜던 휴젤은 메디톡스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으며 확고한 1위 지위를 다졌고 중국에서 레티보 톡신 판매허가를 받아 론칭도 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명 주보)도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았고 중국에서도 임상 3상을 마치고 판매허가를 대기 중에 있다. 해외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 뼈아프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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